LPS 디톡스
디톡스에서 말하는 독소는 도대체 뭘까?
일단 디톡스라는 용어 자체는 의학용어도 아니고 사실 처음은 돌팔이들이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그들은 디톡스라는 단어를 비즈니스에 참 많이 이용했고, 디톡스에서 말하는 독소가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고, 애매함을 이용해서 아무 것이나 독소라고 하고 그것을 디톡스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배드사이언스라는 책에 아주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의사들은 디톡스라는 단어를 거부했고, 지금도 의사들이 디톡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독소가 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사실 답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나 과학적 근거 없이 디톡스를 이야기하고, 독소를 이야기 했습니다. 사실 디톡스는 장청소라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기반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무시되었습니다. 사실 디톡스를 주장하는 대부분은 사이비들이었고 지금도 문제가 많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엉뚱한 사이비들이었는지 알고 싶으신 분들은 Bad Science 라는 꽤 재미있게 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보다는 비과학적인 사고가 더 쉽게 퍼지는 법이고, 과학이 그런 경우에 장기적으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로는 이긴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독소라는 개념은 참 엉뚱한 개념이지만, 이제 하도 널리 생활속에 퍼져서 독소를 그냥 노폐물로 인식하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일이 벌어졌는데, 거의 유사한 개념이 과학계에서 발전해나왔습니다. 그리고 과학에서 말하는 독소는 그 실체가 아주 명확합니다. 바로 내독소(LPS)라는 것인데, 복잡하게 이야기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일부 병원성 세균의 세포벽의 성분입니다. 최근 들어 혹시 디톡스는 아닐지 몰라도 독소 특히 LPS가 정말로 인체에 흡수되어 많은 만성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톡스에서 말하는 독소라는 개념이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독소는 내독소(endotoxin)이라는 분명한 이름도 있고,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알려진 물질입니다.
설사 디톡스에서 말하는 독소의 일부가 LPS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정말로 독소가 존재했고, 그것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지는 몰라도 여전히 사이비들은 독소라는 주장은 애매모호하고 때로는 헛소리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위의 소개한 책은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 과학에서 발견한 내독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것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LPS란 무엇인가?
엔도톡신은 학문적으로는 LPS(lipopolysaccharide)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물질은 수십년 전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 LPS는 MD-2라는 것과 결합한 후에 TLR-4라는 면역계의 센서(수용체)와 결합하여 면역반응 특히 강력한 염증반응을 유도합니다.
사실상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강력한 면역증강제가 바로 이 내독소(內毒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물질은 엔도톡신(endotoxin), LPS, pyrogen 이라고도 불립니다. 각각의 의미를 살펴보면, 내독소는 영어의 엔도톡신을 번역한 것으로 세포가 외부로 분비하는 독소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독소라는 의미이며, LPS는 내독소의 성분인 lipopolysaccharide를 줄여서 부르는 것이고, 파이로젠(pyrogen)은 발열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라는 것으로 염증이 일어나면 열이나는데 열을 일으키는 물질이라는 의미입니다.
엔도톡신은 현재 면역학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물질은 절대로 인간에서 어느 정도 이상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물질입니다.
내독소는 박테리아중에서 그람음성균의 세포벽에 있는 물질인데, 이 물질의 이름이 내독소 인 것은 세균이 밖으로 분비하는 독소를 외독소라고 하고 분비하지 않는 독소를 내독소라고 이름했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으로는 lipid A, 코어, 다당체 이렇게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흔히 말하는 면역작용이나 부작용은 lipid A 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물질은 아주 적은 양만 있어도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허용치를 정해놓았는데, 허용치는 각 제품마다 다릅니다. 미국 식약청에서는 내독소의 함량을 아래와 같이 제한하고 있습니다.
Drug (주사제, 척수 주사) - 0.2 EU/kg product
Drug (주사제, 척수 주사이외) - 5 EU/kg product
주사용수 - 0.25-0.5 EU/ml (depends on intended use)
참고로 5 EU이 값은 rabbit을 이용한 실험에서의 내독소 검출 한계치입니다. 즉 토끼를 이용한 실험에서 내독소가 검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토끼와 사람은 내독소에 대해서 감수성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토끼를 이용해서 시험을 하는 것입니다. 내독소의 양은 대략적으로 1 EU가 0.1ng이므로 간단히 계산하면 50kg의 정상인의 경우에는 5ng정도만 허용됩니다. 이 양이 얼마나 적은 양인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1g의 양은=200,000,000 (2억명)의 허용치가 됩니다. 그러므로 내독소는 매우 강력한 면역증강제이지만, 부작용 때문에 의약품 특히 주사제에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물질입니다.

내독소에 대한 연구가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한참 동안이나, 이 엔도톡신이 어디에 결합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TLR-4에 결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LPS는 MD-2라는 단백질과 결합하고 이것이 TLR4라는 면역세포의 센서를 통해서 인지됩니다.
일단 면역세포가 이것을 인지하면, 매우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그 면역반응이 부작용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주사제에서는 LPS를 제한합니다. 하지만, 종종 이러한 부작용이 어쩌면 좋은 결과를 유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러한 생각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흔히 면역치료의 효시로 알려진 콜리의 독소가 후에 LPS로 밝혀졌습니다.
일단 콜리의 독소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콜리의 독소
콜리의 독소는 사실 암관련 책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1890년대 후반 외과 의사였던 윌리엄 콜리(William B. Coley)는 자신이 치료를 담당했으나 육종으로 사망한 17세 소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는 육종환자들의 치료 기록을 검토하다가 수술 뒤에 세균 감염이 발생했던 환자들이 그렇지 않았던 환자들보다 치료 효과가 좋았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연히 종양 부위에 세균 감염이 있었던 암 환자들에게서 기적 같은 치료 효과가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콜리는 이것을 응용하여 암 환자들에게 세균을 의도적으로 주입하여 감염시킴으로써 암 환자들을 치료했고, 그의 성공담으로 인해 1950년대까지 많은 의사들이 그의 방법을 이용하거나 응용하여 암 환자들을 치료 했습니다. 이것을 ‘콜리의 독소(Coley's toxins)’ 혹은 ‘콜리의 백신’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방법은 보기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심했기 때문에 당시 직장 상사였던 제임스 유잉(James Ewing)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암협회를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해 사이비 치료법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1963년 미국 식약청(FDA)에 의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불법적인 치료방법으로 규정되는 결정적인 운명을 맞이하였습니다. 하지만 후에 콜리의 독소의 주성분이 LPS라는 것이 밝혀지고, LPS의 구조를 변경한 MPLA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임상암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을 때 역시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최근에는 제임스 유잉까지도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저에게 LPS를 암치료로 쓰겠냐고 묻는다면 저는 안 씁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보기보다 부작용이 심각하게 많습니다. 이 점은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서 LPS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내기에 이르렀고, 구조를 변경해서 MPLA라는 물질을 만들어냈습니다. 주장에 따르면 면역 효과는 1/10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부작용은 1/10,000 수준으로 낮아져서 훨씬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좀 쓸 만하죠.
MPLA와 새로운 LPS의 유도체에 대한 이야기는 면역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토고앤발토의 면역성분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지만, 동물에게는 내독소를 이용해서 면역증강제로 사용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극미량을 사용할 경우에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면역 증강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LPS가 일으키는 질병들
일단 LPS는 처음에는 그냥 LPS이고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TLR가 발견되고 연구가 지속되면서 면역학자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알코올성 간손상
가장 대표적인 것인 알코올에 의한 지방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알코올에 의한 지방간이 발생하는 이유가 알코올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알코올이 빈열량, 즉 열량은 있지만, 다른 영양소가 없어서 영양결핍을 일으킨다거나, 혹은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활성산소가 나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지방간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활성산소를 제거하기만 하면 나아질 줄 알았던 지방간이 생각보다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도 독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최근에 밝혀졌습니다.

그림 출처 : 미 보건원
최근에 알코올성 지방간이 면역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알코올을 마시게 되면, 장내에서 이상하게 LPS가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장에서 소화된 것은 일단 문맥을 통해서 간으로 먼저 가기 때문에 이 LPS는 당연히 간으로 가장 먼저 갈 것입니다. 간에서는 쿠퍼세포와 같은 면역세포가 아주 민감하게 LPS를 인식할 수 있고, 일단 인식하게 되면 염증반응이 일어납니다. LPS 자체를 인식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LPS가 염증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여러 가지 기전을 통해서 간세포가 파괴됩니다. 그러므로 면역을 조절하지 않으면, 알코올성 지방간은 단순한 항산화제로는 충분히 치료할 수 없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FIbrosis가 간경화를 일으키는 간섬유화입니다. 이것이 매우 복잡하게 이어지지만,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그림의 가장 윗부분이 LPS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즉 정상간이 지방간이 되는데에도 LPS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 간경화로 이어지는데는 특히나 LPS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단 쉽게 이야기한다면, LPS가 들어와서 몸에서 염증을 일으킨다면 그 염증을 일으키는 곳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LPS는 의외로 많은 곳에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만에서도 장내의 균총의 불균형등을 통해서 결국은 LPS를 몸 안에 더 많이 들어오게 합니다. 그러면 이번에도 똑 같이 비만에 의한 지방간이 생성됩니다. 살이 찌는 것과 지방간은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피하에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은 면역학적으로 방어기작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동물실험에서 마우스가 면역조절기능이 있는 다당체를 섭취할 경우 지방간이 쉽게 제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만에 의한 간손상
비만에 의해서 간손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모르시는 분도 있지만, 비만이 있으면 간수치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아래의 그림처럼 장내에서 유입되는 LPS 입니다. LPS가 유입되면 혈액내에서 중성지방도 증가하게 되지만, 무엇보다 이것이 여러가지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간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PAMPs 라고 표현되었지만 논문에서는 이것의 대표적인 물질로 LPS를 말하고 있습니다. 즉 비만에 의해서 장내의 미생물들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유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LPS가 혈액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것이 처음에는 지방을 합성하여 지방간을 만들고, 그 다음은 염증을 일으키고, 암으로 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간섬유화 (간경변)
예전에 간경화로 불렸던 간경변은 사실 간세포가 죽고 그 자리를 흔히 말하는 상처에 생기는 딱지가 대신 차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처의 딱지가 섬유조직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간 섬유화라고 부릅니다. 보통 간 섬유화가 일어나면 간에 상처가 있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섬유화가 일어나면 당연히 원래 있어야 할 세포가 없고 쓸데 없는 섬유조직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간 섬유화에서 중요한 사실은 간 섬유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간에 있는 별 모양의 세포 (보통 간성상세포 라고 부릅니다.)가 활성화되고 여기서 섬유물질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역시 LPS가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 됩니다.

위의 그림은 일반인들이 보기엔 쉽지 않지만, 가장 위의 장에서 LPS가 나오고 이것이 간에 있는 면역세포인 쿠퍼 세포(쿠퍼스라는 음료때문에 쿠퍼 세포를 아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 TGF-beta를 분비하고 이것이 결국 간섬유화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즉 간 경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LPS라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간을 보호하기 위해서 항산화제와 같은 것을 먹으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위의 기전에서 항산화제가 작용할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항산화제가 의외로 간섬유화를 막는데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생각해 보면 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밀크씨즐을 먹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면역다당체를 같이 먹거나, 사실은 밀크씨즐 보다 면역다당체로 LPS가 유도한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입니다.
LPS를 억제하는 방법
엔도톡신은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면역다당체(즉 면역증강제)가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킨다면, LPS나 면역증강제나 같은 기능을 하니까, 오히려 간섬유화를 악화시키거나, 부작용이 심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베타글루칸을 비롯해서 최근에 개발되는 면역증강제는 내독소로 인한 패혈증 모델에서 오히려 패혈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실험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역증강제로는 베타글루칸이 대표적입니다.

결론 : 디톡스의 핵심 LPS 제거
이 LPS를 제거하는 것이 디톡스의 핵심입니다. 물론 사이비들의 디톡스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인 디톡스의 대상 물질은 바로 LPS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고앤발토에 포함된 면역성분은 LPS의 염증을 줄여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